누구에게나 당연한 주민등록증. 하지만 수원에 사는 강모 씨에게 그것은 60년 넘게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평범한 삶의 증명'이었다.
1964년 태어난 강씨는 부모의 출생신고가 이뤄지지 않은 채 친척집으로 보내졌다. 어린 시절 여러 친척집을 전전하다 보육시설에서 성장했고, 시설을 나온 뒤에는 일정한 거처 없이 홀로 삶을 이어갔다.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사람의 삶은 고단했다.
주민등록이 없어 의료보험 혜택은 물론 금융거래와 취업, 각종 복지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었다. 몸이 아파도 병원 문턱은 높았고, 일을 하고 싶어도 신분을 증명할 방법이 없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평범한 일상이 강씨에게는 평생 이루지 못한 꿈이었다.
그는 호적을 만들기 위해 수차례 행정기관의 문을 두드렸지만 돌아온 답은 늘 같았다. "어렵습니다."
수십 년의 좌절 끝에 모든 것을 포기하려던 지난해 8월,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수원시청 새빛민원실을 찾았다.
그곳에서 김경숙 새빛민원실 베테랑팀장을 만난 것이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김 팀장은 단순히 민원을 접수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강씨의 삶을 하나하나 확인하며 법적 신분을 되찾을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가족관계등록 창설 절차를 안내하고 관계기관과 협의를 이어갔으며, 법률 전문가 상담도 연결했다.
지난해 9월 수원가정법원에 '성과 본의 창설 허가'를 청구한 뒤에는 법원 제출 서류 준비부터 심문기일 동행까지 모든 과정을 함께했다. 법원과 구청, 행정복지센터를 오갈 때마다 그의 곁에는 김 팀장이 있었다.
그리고 지난 6월 18일.
수원가정법원은 가족관계등록부 창설을 허가했다. 이어 24일 가족관계등록과 주민등록 신규 등록을 마친 강씨는 태어난 지 6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이 적힌 주민등록증을 손에 쥐었다.
그 한 장의 카드에는 단순한 신분증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었다.
이제 강씨는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복지 혜택도 신청할 수 있으며, 금융거래와 취업도 가능해졌다. 평생 꿈꿔왔던 '평범한 국민의 삶'이 비로소 시작된 것이다.
강씨는 주민등록증을 바라보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오랫동안 여러 관공서를 찾아다녔지만 번번이 좌절했고, 결국 포기한 채 살아왔다"며 "베테랑팀장님의 도움 덕분에 드디어 주민등록증을 받을 수 있었다. 이제야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 은혜는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며 "이재준 수원시장님께도 꼭 감사의 마음을 전해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수원시 관계자는 "행정은 단순히 서류를 처리하는 일이 아니라 시민의 삶을 회복시키는 일"이라며 "앞으로도 도움이 절실한 시민을 끝까지 찾아가 실질적인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